미국 PET 재활용 처리용량 25% 붕괴 — 재생원료 함량 의무화 확대와 정면 충돌
미국 포장재 업계가 원료 수급 측면에서 구조적인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15개월 사이 국내 PET 재활용 시설 7곳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전국 처리용량의 약 25%가 사라진 반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는 재생원료(PCR) 함량 의무 기준을 오히려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공급은 줄고 의무 수요는 늘어나는 역방향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재생 PET(rPET) 조달 리스크가 미국向 포장재 공급망 전반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 PET 재활용 시설, 15개월 새 7곳 폐쇄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업체 협회(APR)에 따르면 지난 15개월 동안 전국 약 30개 주요 PET 재활용 시설 중 7곳이 폐쇄되며 연간 처리용량 6억 파운드 이상, 관련 일자리 650개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미국 전체 PET 재활용 처리용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참고: Association of Plastic Recyclers — The US Has Lost a Quarter of Its PET Plastic Recycling Capacity
참고: Waste Dive — rPET market challenges further impacted by more closures, trade pressures
지역별로는 편차가 뚜렷하다. 캘리포니아는 역내 재활용 처리 능력이 약 30% 감소했고, 미국 북동부는 약 40% 감소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2. 공급 위축의 원인
저가 버진 플라스틱과의 가격 경쟁
2026년 3월 기준 신규(버진) PET 수지 가격이 2019년 수준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소비재 브랜드들이 재생 원료 대신 저가 버진 플라스틱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재생 원료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자 국내 재활용업체들의 수익성이 동반 악화됐다.
아시아산 재생 PET 수입 증가
북미에서 유통되는 재활용 PET의 약 25%가 수입 물량이며, 베트남·인도 등 아시아 신규 생산시설이 미국·유럽 규격을 충족하는 rPET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국내산 재생 원료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기준 미국의 PET·rPET 수입량은 9억 1천만 파운드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참고: Packaging Dive — Plastic scrap imports add to perfect storm hitting domestic PCR
관세 정책 불확실성
2025년 4월 도입된 상호관세와 9월의 갑작스러운 면제 해제 조치가 겹치면서 수입 재생 원료의 원가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관세 그 자체보다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더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3. 그럼에도 강화되는 재생원료 함량 의무
캘리포니아 AB 793 — 단계적 상향
캘리포니아 AB 793은 캘리포니아 환급금(CRV) 대상 플라스틱 음료 용기에 대해 재생원료(PCR) 최소 함량 기준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2022년 15%에서 시작해 2025년 1월 1일부터 25%로 상향됐고, 2030년까지 50%로 재차 강화될 예정이다. 기준 미달 시 부족분 파운드당 0.20달러의 제재금이 부과되며, 해당 제재는 2024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참고: CalRecycle — Plastic Minimum Content Standards and Reporting (AB 793)
다른 주와 EU로 번지는 PCR 의무화
워싱턴주, 뉴저지주 등도 유사한 재생원료 함량 의무 조항을 이미 도입했으며, 2026년 회기에는 미국 각 주 의회에서 재생원료 관련 법안 약 33건이 추가로 논의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2026년 8월 12일 전면 적용되는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함량 의무를 담고 있어, 세부 시행 시점은 소재·용도별로 단계적이지만 방향성은 미국과 동일하게 강화 쪽으로 향하고 있다.
참고: European Commission — Packaging waste
4. 수급 미스매치가 만드는 리스크
공급 축소와 의무 수요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는 재생 PET 조달 단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동시에, 원료 추적성(트레이서빌리티) 요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역내 재활용 인프라 감소폭이 큰 지역에 물량을 공급해야 하는 브랜드일수록, 수입 재생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관세·통상 변수에 노출되는 정도도 커진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재생 PET·가공 설비 보유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내 공급 공백이 단기적으로 수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원산지·품질 인증 요구가 동시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종합 정리
- 미국 PET 재활용 인프라 축소는 저가 버진 플라스틱과의 가격 경쟁, 수입 확대, 관세 불확실성이 겹친 구조적 현상으로,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 반면 재생원료 함량 의무는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다른 주와 EU로 계속 확산되고 있어, 공급과 의무 수요 사이의 괴리는 당분간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 포장재 조달 기업 입장에서는 재생 원료의 원산지 다변화와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한 가격 변동성 관리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